2020.1.15.WEDCLOSE
1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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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팝스트 Peter Pabst: WHITE RED PINK GREEN

피나 바우쉬 작품을 위한 공간들
Installations—After Works for Dance Pieces
by Pina Bausch

피크닉은 피나 바우쉬의 오랜 예술적 동료로서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공간을 연출해온 무대미술가 페터 팝스트의 전시입니다. 고전 무용을 벗어나 ‘탄츠테아터’(tanztheater = dance theater)라는 새로운 극예술 장르를 확립한 20세기 최고의 안무가 피나 바우쉬. 그 성공에는 페터 팝스트의 무대가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물, 바위, 난파선, 용암, 심지어 살아 있는 동물까지 등장시키는 그의 실험은 무용사에 유례없는 놀라운 도전이었습니다.
organized by
GLINT
sponsored by
Volkswagen Korea, Goethe Institut
thanks to
Tanztheater Wuppertal Pina Bausch
페터 팝스트(1944~ )는 동베를린에서 유년을 보내고 쾰른 직업학교에서 의상과 무대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1973년부터 7년간 보훔 극단에서 무대 및 의상 디자인을 담당했고, 이후 프리랜서로 전향하여 연극 · 오페라 ·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시노그래퍼로 활동해 왔습니다. 특히 1980년부터 피나 바우쉬가 사망할 때까지 29년간이나 지속된 부퍼탈 탄츠테아터와의 작업은 무대미술계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룬 협업으로 손꼽힙니다. 1991년 비엔나 시로부터 요제프카인츠 훈장을, 1992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페터 팝스트 작품집의 제목이기도 한 이 공간은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다양한 공연의 순간들을 담은 거대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움직임'은 무대디자인에 있어 팝스트에게 빠질 수 없는 명제이자 중요한 메타포였다. 공중에 매달린 60점의 사진들이 바람을 따라 천천히 회전하면서 사진 속 무대와 무용수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이로 인해 열리고 닫히는 좁은 길을 따라 관객이 미로처럼 작품을 탐험하도록 설계되었다.
페터 팝스트 작품집의 제목이기도 한 이 공간은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다양한 공연의 순간들을 담은 거대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움직임'은 무대디자인에 있어 팝스트에게 빠질 수 없는 명제이자 중요한 메타포였다. 공중에 매달린 60점의 사진들이 바람을 따라 천천히 회전하면서 사진 속 무대와 무용수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이로 인해 열리고 닫히는 좁은 길을 따라 관객이 미로처럼 작품을 탐험하도록 설계되었다.
조각조각 분할된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영상은 새벽까지 인파가 끊이지 않는 동대문 패션타운의 에스컬레이터를 포착한 것으로 2004년 한국에 약 3주간 머무르며 창작한 작품 <러프 컷>을 위해 팝스트가 직접 촬영했다. 4개 층 사이를 잇는 계단 위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의 움직임이 겹쳐진다.
첫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새하얀 눈밭 위 자작나무의 풍경이 펼쳐진다. 눈 덮인 자작나무 숲은 2019년 1월 페터 팝스트가 피크닉을 방문했을 때의 첫인상을 설치미술로 표현한 것이다. 1991년 <춤 추는 저녁 II> 무대로부터 일부 모티브를 가져왔다. 창백한 햇살이 비치는 눈밭, 그 위에 세워진 150여 그루의 나무기둥은 공간을 둘러싼 거울을 통해 사방으로 확장된다.
"수년 동안 미럿속에 맴돌던 일련의 이미지가 있었다. 겨울 풍경을 만들어내고 싶어서 늘 그 아이디어를 다듬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결과물이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소금'이 떠올랐다. 계산해보니 무용수 발 아래까지 채우는 데 약 10톤의 소금이 필요했다. 그렇게 눈 쌓인 풍경이 만들어졌다. 막 내린 눈이 햇살에 빛나듯 소금이 반짝거리는 게 아름다웠다. 방금 쌓인 눈이 발 밑에서 뽀드득거리듯 소금에서도 그런 느낌이 났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울렸다."
페터 팝스트는 <유리창 청소부>의 무대를 위해 홍콩의 강렬하고 복잡한 이미지를 순수한 추상 형태인 거대한 장미 산으로 형상화했다. 이 무대를 전시 공간에 맞게 언덕 형태로 재현하는 과정에는 약 5만 송이의 장미 조화가 사용되었다. 관객이 꽃 무더기 속에서 어린아이처럼 뛰어놀 수 있도록 부드럽고 포근한 바닥 마감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홍콩은 사람, 풍경, 광고, 건축, 끝없이 펼쳐지는 아열대의 자연 등이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놀라게 하는 곳이다. 정말 아름답고, 매료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지극히 회화적이고 강렬한 색채로 된 무대를 만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초반의 디자인은 모두 빠르게 바뀌었다. 나는 더 신중해졌고, 마침내 순수하게 추상적인 이미지를 생각해냈다. 꽃 언덕은 무용수들이 갖고 노는 재미있는 장난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했다. 최대한 아름답고, 부드럽고, 편안하게 만들어서 그들이 꽃동산 위에서 어린아이처럼 뛰어놀고 싶게 하고 싶었다."
1992년작 <카네이션>은 네덜란드 꽃밭에 대한 페터와 피나의 사소한 대화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공간을 가득 채운 핑크 카네이션은 신체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방해 요소지만, 무대 위 무용수들은 꽃과 꽃 사이의 좁은 틈새로 발을 내디디며 오히려 독창적인 표현방식을 찾게 된다. 작은 동작이나 스침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꽃들의 불규칙한 진동 역시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연이 시작할 때 따뜻한 빛을 내면서 카네이션 들판은 엄청난 미적 효과를 가져왔다. 이어 루츠 푀르스터가 카네이션 들판 한가운데 서서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수화로 표현하던 중, 갑자기 불이 확 켜지면서 무대 전체가 눈부신 분홍빛으로 반짝였다. 어느 순간 우리는 도처에서 부러지는 꽃들도 무척 아름답다는 걸, 어떤 의미에선 파괴되는 것조차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초원과 의자, 그리고 박제된 사슴은 피나 바우쉬와의 첫 작품 <1980>에 사용된 소재들이다. 팝스트는 피크닉의 전시 공간을 즐거움과 유희를 위한 장소라 해석하고, 마지막 동선에 놀이터 같은 초록색 잔디밭을 펼쳐 놓았다. 또한 볕이 잘 드는 옥상에 빨래를 너는 일상 풍경을 떠올리며, 빨랫줄에 걸린 텍스트가 바람을 타고 나부끼는 장면을 상상했다. 글에는 피나와의 다양한 일화, 무대 디자이너로서의 철학 등이 담겨 있다.
"페터 차덱이 선물로 준, 펠리니 감독에 대한 아름다운 책을 훑어보게 되었다. 거기에 야간 촬영 장면을 기록한 사진이 있었는데, 영화에 쓰이는 온갖 기술 장비들이 풀밭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사진이었다. 그 장면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빛으로 비춰지고 있었는데, 밤에 낮처럼 보이게 하려고 조명을 설정하면 보통 그런 현상이 생긴다. 나는 '이거 멋진데!'라고 생각했다. 만일 내가 무대를 온전히 비운 후에 살아 있는 풀로 덮는다면, 극장이 초원 위에 있는 셈이고, 풀 냄새가 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곤충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겠지. 피나에게 이 아이디어에 대한 사진을 보여주자 무척 좋아했다. 나는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고, 그렇게 무대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