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팝스트 Peter Pabst: WHITE RED PINK GREEN

피나 바우쉬 작품을 위한 공간들
Installations—After Works for Dance Pieces
by Pina Bausch

피크닉은 피나 바우쉬의 오랜 예술적 동료로서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공간을 연출해온 무대미술가 페터 팝스트의 전시를 개최합니다. 고전 무용을 벗어나 ‘탄츠테아터’(tanztheater = dance theater)라는 새로운 극예술 장르를 확립한 20세기 최고의 안무가 피나 바우쉬. 그 성공에는 페터 팝스트의 무대가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물, 바위, 난파선, 용암, 심지어 살아 있는 동물까지 등장시키는 그의 실험은 무용사에 유례없는 놀라운 도전이었습니다.
피나 바우쉬는 “무용수들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보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용단이 선보인 새로운 신체 언어들은 그들 자신의 내적 동기와 함께 ‘팝스트의 무대’라는 환경이 선사하는 외적 동기에 의해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강화하는 데 그쳤던 기존의 무대 디자인과 달리, 팝스트의 무대는 스스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무용수들과 끊임없는 긴장을 형성함으로써 독특한 시적 서정미를 만들어냈습니다.
화이트, 레드, 핑크, 그린이라 이름 붙여진 공간들을 통해 피나 바우쉬 작품의 가장 아이코닉한 장면들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무용수들이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던 무대 위 세상이 관객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가는 ‘유희의 장’으로 거듭납니다. 무대미술 전시가 희귀한 현실에서, 혁신적인 작가 페터 팝스트의 이번 전시는 예술 장르로서의 무대미술을 새로이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페터 팝스트(1944~ )는 동베를린에서 유년을 보내고 쾰른 직업학교에서 의상과 무대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1973년부터 7년간 보훔 극단에서 무대 및 의상 디자인을 담당했고, 이후 프리랜서로 전향하여 연극 · 오페라 ·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시노그래퍼로 활동해 왔습니다. 특히 1980년부터 피나 바우쉬가 사망할 때까지 29년간이나 지속된 부퍼탈 탄츠테아터와의 작업은 무대미술계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룬 협업으로 손꼽힙니다. 1991년 비엔나 시로부터 요제프카인츠 훈장을, 1992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