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글’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낭독’은 문학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입니다. 그리스 시민들에게 비극을 들려주던 호메로스처럼,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일군의 작가들이 관객의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話者)이자 배우, 또한 연출가로서 피크닉을 찾아왔습니다. 텍스트와 목소리, 음악과 영상이 한데 어우러진 피크닉 소설극장은 다른 차원의 감각을 통해 문학 작품을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화학을 전공하고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대 후반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배수아는 1993년에 등단,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훌』, 장편소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북쪽 거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등을 펴내며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 2018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요약이 불가능한 서사와 강렬한 이미지의 언어를 구사하는 그는 누구보다도 ‘낭독’이라는 형식에 큰 애착을 가진 작가로, 크고 작은 독립서점의 낭독회를 꾸준히 진행하며 많은 팬들의 호응을 얻어 왔습니다.
특유의 독창적인 언어 감각과 실험적인 글쓰기를 해온 정영문 작가는 한국의 사뮈엘 베케트라고 불리울 만큼 부조리한 무의미의 세계를 탐구해 온, 한국 문학에서 매우 보기 드문 작가입니다. 호불호가 나뉘는 극단적인 독자층을 가진 그에게 평단은 2007년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여하며 그 고독한 실험에 찬사를 보내 왔습니다. 낭독을 싫어하는 작가에 대한 소설을 쓴 바 있듯 낭독을 즐기는 작가는 아니었으나, 이번 소설극장의 취지에 크게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히려 매우 독창적인 공연을 선사해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환상적 설정을 극단으로 밀어붙인 첫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로 문단을 뒤흔든 황정은은 이후 소설집 『파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 『계속해보겠습니다』 등을 펴내며 독자와 평단의 수호를 동시에 받아왔습니다. 우리 사회의 첨예한 문제들을 건드리며 섬뜩하지만 따스한 ‘황정은 월드’를 편편이 구축한 그는 현재 문단에서 ‘젊은 거장’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거의 유일한 작가입니다. 특히 사회적 격변을 배경으로, 개인의 일상을 통해 혁명의 새로운 의미를 모색하는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은 출간 한달 만에 7쇄를 돌파하며 ‘문학의 시대는 끝났다’는 섣부른 종언을 통쾌하게 뒤집는 중입니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북극성으로 떠오른 한강은 삶의 근원에 자리한 고독과 아픔을 살피며 인간의 존재 이유에 치열한 물음을 던져온 작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에 대한 답이 아닌, 파르스름한 불꽃 같은 물음 그 자체일 것입니다. 한강은 등단 초기부터 “한 인간이 폭력을 완벽하게 거부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져왔습니다. 인간의 폭력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탐색하는 그의 소설은 그래서 이따금 소설 이상의 것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장편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등을 출간하며 국내외 유명 문학상들을 수상한 그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후에도 동네 서점 곳곳에서 크고 작은 낭독회를 개최하며 꾸준히 관객과 교감해왔습니다.